
작은 작업대에서 천연비누를 철사로 자르다 보면 양쪽 끝에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삐져나오는 자투리들이 늘 생깁니다.
모양도 삐뚤빼뚤하고 무게도 제각각이라 돈 받고 팔기에는 민망한 끄트머리들입니다.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며칠을 공들여 저온에서 숙성시킨 기름이 아깝고, 그렇다고 다시 녹여 틀에 붓자니 일손이 더 들어 늘 구석에 쌓아두던 처치 곤란의 덤이었습니다. 결국 다른 화장품을 주문한 택배 상자를 포장할 때 종이에 대충 둘둘 만 그 못난이 조각을 상자 틈새에 하나씩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그냥 손 씻을 때나 쓰시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넣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변화는 몇 주 뒤 고객들이 본품을 다시 사러 들어오는 과정에서 아주 조용히 나타났습니다.
고객들이 배송 메모란에 짤막한 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번 상자에 같이 넣어주신 갈색 비누 조각을 써보니 세수하고 나서 얼굴이 덜 뻣뻣하던데, 혹시 그 비누는 따로 판매하지 않느냐는 평범한 질문이었습니다. 버리기 아까워 욕실 세면대 비누 받침대에 올려두었다가 아침에 가볍게 세수할 때 며칠 문질러 써봤는데, 늘 쓰던 폼클렌징보다 얼굴이 훨씬 편안해서 기억에 남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손님들이 반응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보통 화장품을 사면 딸려오는 얇은 비닐 샘플은 딱 한 번 뜯어 바르고 나면 버리기 바빠서 피부가 좋은지 나쁜지 체감할 틈도 없습니다. 반면에 투박하게 잘린 비누 조각은 세면대에 두고 최소 일주일 이상 아침저녁으로 넉넉하게 써볼 수 있는 크기였습니다. 매일 아침 얼굴에 닿는 거품을 통해, 피부 스스로 자극이 덜하고 편안하다는 사실을 직접 알아채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그렇게 비누는 번듯한 종이 상자에 담겨 정식 제품으로 등록되기도 전에, 먼저 써본 단골들이 재주문할 때마다 장바구니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단골 품목이 되었습니다. 마케팅비 한 푼 들이지 않고 그저 버리기 아까워 상자 틈새에 넣어 보냈던 못난이 조각이, 수많은 설명보다 더 정직한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습니다.
화려한 광고 문구는 순간의 호기심을 끌 뿐이지만, 매일 욕실에서 내 살결이 직접 겪어낸 편안함은 그 어떤 화려한 포장보다 확실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화려한 포장과 광고를 걷어내고 남은 못생긴 자투리 한 조각이 결국 소비자의 굳게 닫힌 지갑과 피부를 동시에 열었다.
설민규 대표는 수하코스메틱의 대표이자 건강뷰티큐레이터로서 천연화장품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전문메디컬코스메틱회사에서 쌓은 4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50여 곳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원장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코칭과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100여 건의 피부 관련 병원 및 업체 담당자 제품시연과 코칭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서울 피부과 학술세미나 및 포럼에서 상담 및 부스참여의 경험으로 현재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뷰티 솔루션을 추구하며, 현재 비건 기초화장품 및 필링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천연 화장품을 통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