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커머스, EU 규제 벽 제동

알리·테무 잇단 제재

저가 직구 규제도 본격화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유럽연합의 강력한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중국과 EU 사이의 통상 갈등이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5월 테무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7월에는 알리익스프레스에 5억5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두 조치 모두 중국계 플랫폼이라는 국적 자체를 제재 근거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EU가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 안전성과 불법상품 유통 위험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계 C커머스 업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지:AI image.antnews>

또한 EU는 2026년 7월 1일부터 역외에서 들어오는 150유로 이하 저가 소포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한시적으로 품목당 3유로의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무부는 알리익스프레스 제재를 두고 디지털 장벽과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며 중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집행 강화이다. DSA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상품 유통과 소비자 피해 등 플랫폼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적 위험을 평가하고 이에 대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불법·위험·위조 상품의 유통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회는 7월 20일 알리익스프레스에 5억5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불법상품 유통 위험에 대한 사업자의 평가와 완화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재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테무에 대한 제재 역시 같은 DSA 체계에서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5월 28일 테무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가 문제 삼은 것은 테무가 2024년 작성한 위험평가가 플랫폼 자체의 운영 특성과 실제 상품 검증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가 상품 자체에 대한 EU의 규제 환경도 달라졌다. EU는 2026년 7월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역외 저가 수입품에 적용되던 관세 면제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2028년 7월까지 한시적으로 150유로 이하 저가 소포에 품목당 3유로의 고정 관세가 부과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역외 모든 국가와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중국계 C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초저가 소포가 EU의 전자상거래 물류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시장 영향은 중국계 플랫폼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EU가 저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 체계를 손질한 배경에는 폭증한 전자상거래 물량도 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EU로 유입된 저가 전자상거래 물품은 약 59억 건에 달했다. 기존 150유로 관세 면제 제도가 대량의 소액 직구를 전제로 만들어진 과거의 통관 환경과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이 EU의 판단이다. EU는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관 과정의 핵심 주체로 전환하는 방향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강화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7월 22일 EU 집행위원회의 알리익스프레스 5억5천만 유로 과징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강한 불만과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EU가 플랫폼 규제를 명분으로 디지털 장벽을 만들고 차별적 조치를 통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유럽 내 정상적인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EU가 법률 조항의 모호성을 이용해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중국 기업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법적 수단을 활용해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EU의 공식 입장은 중국 기업만을 겨냥한 규제라는 주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DSA는 국적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라 EU 시장에서 활동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 EU의 DSA 집행 대상에는 중국계 플랫폼뿐 아니라 미국계 대형 플랫폼도 포함돼 있다. 저가 수입품에 대한 3유로 관세 역시 중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EU 역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해당 상품에 적용된다. 따라서 EU의 이번 조치를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로 단정하기보다는, 급격히 확대된 온라인 직구 시장에 기존 규제 체계를 적용하면서 중국계 플랫폼이 주요 규제 대상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 사실관계에 부합한다.

 

이번 사안은 한국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갖는다. 한국 역시 중국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초저가 상품 유입이 확대되면서 어린이 제품과 생활용품 등의 안전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플랫폼이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개 역할만을 강조할 경우 불법·위험 상품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부담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정책 문제가 된다. EU의 DSA 집행은 플랫폼의 단순한 중개자 지위를 넘어 위험평가와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 철학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EU와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C커머스 규제 갈등은 단순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대한 과징금 문제만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EU는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 안전성과 불법상품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저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통관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면서 법적 대응과 기업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현재 확인된 공식 자료만 놓고 보면 EU의 DSA와 저가 수입품 관세 조치는 중국을 명시적 대상으로 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작성 2026.09.22 09:56 수정 2026.09.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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