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티베트 고산 지역을 트레킹하고 왔습니다. 쓰촨성의 성도, 청두에서 시작하여 네 자매 산(四姑娘山), 쌍교구, 야라설산, 무구초, 거니에신산, 거니에의 눈을 트레킹하고 마지막 다오청 야딩의 정상을 올랐습니다. 청두에서 거리로는 2000km를 달렸고 높이는 해발 3500m~4600m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1950m정도이니 그 기준으로 보면 하늘의 위에 있는 도시와 산을 다녀온 셈입니다. 워낙 고도가 높아 고산병 약을 먹고 산소통을 끼고 다녀도 힘이 들어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경치는 입이 쩌억 벌어질 정도로 좋았지만 한 걸음 내딛는 게 코끼리 다리를 들어 올리듯 힘겨웠지요. 오로지 숨 쉬기에 집중하며 터벅터벅 걸으면서 ‘도대체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사서 고생을 하는가?’하는 생각을 줄곧 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어려워서 꾸역꾸역 걸었습니다. 정상에 도달해도 부족한 산소로 어지러워 통쾌한 기분을 느낄 수도 없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 다른 등산객을 만나면 고산병도 다 잊어버리고 웃으며 대화하는 절 발견하곤 했습니다.
거니에신산을 바라보며 해발 3880m에 있는 구 렁구스(老冷古寺)사원까지 트레킹할 때도 여지없이 고산증으로 힘들어하며 일행 중 제일 꼴찌로 절에 도착했습니다. 구 렁구스 사원은 2000년 된 라마 불교의 고찰로 많은 티베트인과 중국인이 찾는 성지입니다. 절 마당 귀퉁이 판자 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젊은 티베트 새댁이 아기를 업고 도착해서 옆에 앉아 숨을 골랐습니다. 아빠 등에 업혀 온 서너 살 된 여자아이가 엄마인 새댁에게 다가오더니 옆에 있는 제 손을 슬그머니 잡습니다. 티베트는 어린아이까지 이방인에게 다정합니다. 새댁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면서 저에게 아이를 위해 준비한 간식을 나눠줬습니다. 그걸 먹고 나니 힘이 나서 꼴찌였던 제가 먼저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혼자 내려오는 저에게 올라오는 티베트사람이 “찌아요우(加油)!”(힘 내세요!)나 “자시뗄레(축복과 행운을 비는 티베트어 인사).”를 외쳤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로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이내 저는 올라오는 사람에게 먼저 “자시뗄레.” 를 건넸습니다. 그 인사말을 할 때마다 산행이 조금씩 즐거워졌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전의 저를 보는 듯한, 숨이 차서 허리도 못 세운 채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 묻는 중국인 등산객을 만나면 중국인이 가장 잘하는 거짓말, “마샹(马上, 말 위라는 뜻으로 ‘곧’이라는 의미)”을 연발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도 금방 산 밑에 도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들도 하산할 때 제가 그렇게 말한 의미를 이해하겠지요. 올라갈 때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풍광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이 아름다운 건 그걸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고받은 응원 덕분에 회복한 기력으로 수려한 자연의 기운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트레킹하는 일주일 동안 운전하며 함께 여행한 기사가 하산한 우리를 다리 아래 노천 온천으로 안내했습니다. 원주민들이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천연 유황 온천이었습니다. 동네 아이들도 부모님과 온천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리에겐 너무 뜨거웠습니다. 한 주민이 덜 뜨거운 곳을 가리켜 주어, 그쪽으로 가서 울퉁불퉁한 돌 위에 앉으려고 했더니 옆에 있던 티베트 아주머니가 편평한 돌 하나를 찾아 놓아 줍니다. 헤어질 때 “자시뗄레” 인사를 나눴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서로의 평안을 빌어주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 마음의 품이 이렇게 넓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조상 대대로 믿어온 라마 불교와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 자연 덕분이겠지요.
티베트의 높은 산은 옮길 수 없지만 “자시뗄레,” 그들의 선한 인사말이 멀리 멀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자시뗄레.” 여러분의 행복과 평안을 빕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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