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새벽부터 오이 가지에 호박을 따고
앞마당 은행과 뒷산에 밤도 줍고
소파에 허리 펴고 티비를 틀어놓고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누나
개울에서 신나게 텀벙대고 물놀이를
팔뚝만 한 잉어들은 옆에서 수영하고
새빨간 잠자리는 머리 위를 맴도는데
동무가 장난을 치자 모두가 도망가네
장터길에 밤을 줍고 주머니가 무거워
쉬어가는 할아버님께 나눠 드리자
착하다고 손에 동전을 쥐여 주시네
신나게 팔을 흔들고 집으로 달려간다
젊은 내외가 애 둘을 데리고 오더니
내겐 말도 없이 안방으로 들어가서
낯선 할아버지 할머님께 절을 한다
아니 저 녀석은 내 새끼들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저분들은 우리의 조상님들
문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나가보니
앞집에서 추석이라고 과일을 들고 왔네
조상님들 명절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