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게 달려야만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달리는 ‘슬로우 조깅’이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운 중장년층과 초보자 사이에서 생활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집 근처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시작할 수 있고, 걷기를 섞어 운동 강도를 조절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일부 암의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성인은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활동이나 이에 상응하는 고강도 활동을 하고, 근력운동도 주 2회 이상 병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슬로우 조깅은 옆 사람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속도로 달리는 방식이다. 보폭을 짧게 하고 발을 몸의 중심 가까이에 내려놓으면 빠른 달리기보다 충격을 조절하기 쉽다. 운동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1∼2분간 천천히 달린 뒤 2∼3분 걷는 방법을 반복해도 된다.
건강검진에서 혈압과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50대 직장인 박모 씨는 퇴근 후 슬로우 조깅을 시작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10분도 버거웠지만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하니 포기하지 않게 됐다”며 “몇 달 동안 주 4회 정도 이어가면서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차고 허리둘레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을 재지 않고 운동화부터 신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심장과 혈관의 기능을 높이고 근육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체중과 스트레스, 수면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신체 활동이 만성질환을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추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생활체육 전문가는 “운동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은 한 번의 속도가 아니라 몇 달, 몇 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초보자는 5분 정도 몸을 풀고 15∼20분간 걷기와 느린 달리기를 반복한 뒤 운동 시간을 서서히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주 2회 하체와 몸통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자세를 안정시키고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슬로우 조깅이 의약품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신장질환 또는 관절질환이 있거나 관련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과 적절한 강도를 상의해야 한다. 달리는 도중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식은땀,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
만성질환 예방에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 빠른 속도가 아니다. 오늘도 무리 없이 다시 달릴 수 있는 강도, 그리고 그 운동을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