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첫 연락이 절차의 출발점이 됐다
2026년 10월, 경찰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의 무게가 달라졌다. 수사관이 사건 관련 조사 협조를 요청한다고만 해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목격자 위치의 참고인인지 아니면 혐의를 받는 피의자인지 즉각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구분은 호칭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절차상 지위에 따라 수사기관의 고지 의무 범위, 변호인 참여 준비 시점, 진술거부권 행사 방식, 조서의 법적 효력이 모두 달라진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법률 제21857호, 2026년 8월 4일 공포)은 수사 주도권의 중심을 사법경찰관으로 옮겼다. 이전까지 검사가 가졌던 수사 개시 근거, 즉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삭제됨에 따라 일반 사건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새로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은 법왜곡죄 등 특정 중대 사건을 맡는다.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되, 경찰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행 기간은 원칙적으로 1개월이며, 긴급 사안에서는 검사가 1개월보다 짧은 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구조 아래서 경찰의 초기 조사는 공소 판단의 직접적 토대가 된다.
수사기관의 첫 접촉이 왜 결정적인가를 이해하려면 절차의 비대칭성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경찰은 사건명, 대상자의 법률상 지위, 적용 조서 양식, 증거 활용 가능성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연락을 취한다.
반면 연락을 받는 시민은 전화 한 통의 법적 의미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이 불균형을 줄이는 첫 단계가 '자신이 어떤 지위로 조사받는가'를 출석 전에 확인하는 행위다. 참고인과 피의자의 법적 정의는 명확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경계가 흐릿하다.
형사소송법 제221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에 필요할 때 피의자가 아닌 사람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목격자, 거래 상대방, 직장 동료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출석은 원칙적으로 임의 협조다.
반면 피의자는 범죄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이다. 이 둘 사이에는 입건 전 조사라는 중간 지대가 존재한다. 사건을 정식 접수하기 전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운용되지만, 질문의 초점이 당사자의 행위·고의·금전 흐름의 인식으로 향하는 순간 방어권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다.
대법원은 서류 명칭이 아닌 조사의 실질을 기준으로 피의자성을 판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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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9일 선고한 2014도5939 판결에서 대법원은 범죄인지서 작성 등 형식적 절차가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수사기관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했다면 그때부터 피의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기준은 2026년 개정 체계에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
출석요구서에 '참고인'이라고 적혔더라도 질문의 방향이 본인의 공모 여부나 금전 인식으로 이동한다면, 그 조사는 실질적 피의자 신문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공소청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절차상 긴장을 만든다.
개정법에 따르면 공소청 검사는 사건관계인을 만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는 법정 증거로 쓸 수 없다.
수사기관과 공소 담당 기관의 연락이 같은 압박으로 느껴지더라도, 법률상 효과가 다른 만큼 대응도 달라야 한다. 연락을 받았을 때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그 접촉이 면담인지 조사인지, 자료 제출 요청인지, 그리고 본인이 어떤 지위에서 응하게 되는지 여부다.
진술거부권은 참고인과 피의자의 차이를 가르는 핵심 장치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정한다. 흔히 묵비권으로 불리는 이 권리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규정한 불리한 진술 강요 거부권과 연결된다.
헌법은 이 권리를 모든 국민에게 보장한다. 따라서 '참고인'이라는 명칭만으로 자기부죄거부 특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
서류 명칭보다 실질적 의심이 기준이다
다만 참고인 조사에서 수사기관이 진술거부권을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판례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대법원은 2011년 11월 10일 선고한 2011도8125 판결에서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2009년 8월 20일 선고한 2008도8213 판결에서 실질적으로 피의자인 사람을 진술조서 형식으로 조사하면서 고지를 생략한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았다. 두 판결을 함께 읽으면 판단 기준은 하나로 모인다.
서류에 적힌 신분 명칭이 아니라 조사의 실제 내용과 혐의 집중도가 증거능력의 운명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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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12월, 형식과 무관하게 범죄 혐의를 조사하는 경우라면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지침을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이 권고는 법원 판결처럼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 행정 관행에 기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입건 전 조사와 참고인 조사가 늘어날수록 권리 고지의 사각지대는 개인의 방어권 침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수사 구조 개편의 성과는 경찰의 처리 속도만이 아니라 절차적 신뢰의 수준에서도 평가된다.
비교법의 시각에서도 첫 고지는 형사절차의 핵심 안전장치로 오랫동안 다뤄져 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966년 Miranda v.
Arizona 사건에서 확립한 미란다 원칙(Miranda warning)은 구금 상태의 신문에서 묵비권과 변호인 조력을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한국과 미국의 수사 구조 및 증거법 체계는 다르다.
그럼에도 국가권력이 개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질문이 단순한 정보 수집인지 혐의 추궁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원칙은 양국이 공유한다. 2026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 구별을 더 이른 시점에, 더 빈번하게 요청받는 체계로 전환했다. 실무적 확인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출석요구서가 도착하면 사건명, 출석 취지, 피의사실 요지 기재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은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때 피의사실의 요지 등 출석 취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다.
전화나 문자로만 연락받은 경우에는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명, 본인의 절차상 지위, 출석 목적이 진술 청취인지 신문인지를 직접 물어야 한다. 답변이 모호할 경우 사건명과 출석 일정을 문자 형태로 남겨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 추후 기록 관리에 도움이 된다. 참고인이라는 통보에 쉽게 안도해서는 안 된다.
참고인 진술도 조서로 작성되어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될 수 있다. 거래처 대표가 사기 혐의로 고소된 사건에서 송금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참고인으로 불렸다고 가정하면, 초기 질문은 거래 경위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수사관이 송금 지시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돈의 성격을 의심했는지, 대표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를 묻기 시작하는 순간 조사의 초점은 그 직원 자신의 형사책임으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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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필요한 것은 과도한 반응이 아니라 절차적 대응이다.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변호인 참여를 요청하며, 조서 열람과 수정 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피의자로 연락받은 경우에도 출석을 무작정 회피하는 방식은 불리하다. 수사준칙은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여유 있는 출석 일정을 정하고, 연기 요청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정을 조정하도록 한다.
이 규정은 참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다른 요건과 결합하여 체포영장 청구 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
방어권 행사는 연락 두절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며 절차 안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행위다.
권리 고지는 신분 확인에서 시작된다
기간 제도도 시민이 알아야 할 변화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38조는 경찰이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송치 여부를 결정하도록 정한다.
3개월이라는 기간은 사건 지연을 줄이기 위한 장치이지만, 기간이 지난다고 사건이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사유를 고지하고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수사기관에 사건 관리 압박을 부여하는 동시에, 당사자에게는 진행 상황을 확인할 근거를 준다.
3개월이라는 숫자는 수사 종료 시한이 아니라 설명 책임의 기준선으로 봐야 한다. 2027년 8월 5일부터 시행되는 진술 녹음 요청권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44조의6은 조사나 면담이라는 명칭과 무관하게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피의자 진술을 듣는 모든 경우에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그 과정을 녹음하도록 한다.
이 제도는 조서에 기재된 문장과 실제 진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시행 전까지는 조사를 마친 후 조서를 충분히 읽고, 실제 말한 내용과 다르게 적힌 부분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 수단이다.
서명 날인은 형식 절차가 아니라 진술 내용 전체를 승인하는 행위다. 수사기관 측의 반론도 있다.
모든 연락 단계에서 신분과 권리를 상세히 고지하면 수사 속도가 느려지고, 참고인이 불필요하게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건 초기에는 수사관조차 참고인과 피의자의 경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설명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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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반론은 절차상 정보 비대칭을 과소평가한다. 국가기관은 사건명, 대상자의 법적 지위, 조서 양식, 증거 활용 가능성을 파악한 채 접촉한다.
반대편의 시민은 전화 한 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 불균형을 완화하는 장치가 신분 확인과 권리 고지다. 비용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다.
체포 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불구속 상태의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공적 변호 지원이 제한적이다. 개정법 시행 전후로 불구속 조사 단계의 변호사 선임비용 부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형사사건을 포함한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운용하므로, 비용 부담이 크다면 먼저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참고인과 피의자의 차이를 늦게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구조 개편이 권리 격차를 심화하지 않으려면 초기 상담 창구와 고지 절차의 실효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2026년 형사절차 변화의 핵심은 경찰 권한의 확대 여부만이 아니다.
시민이 자신의 절차상 지위를 언제, 어떻게 알 수 있는가의 문제다. 경찰의 첫 조사는 더 이상 가벼운 사전 확인 절차가 아니다.
참고인이라는 말에 안도하기 전에 질문의 방향을 살펴야 하고, 피의자로 통지받았다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을 전제로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절차상 지위를 묻는 행위는 수사를 방해하는 태도가 아니다. 권리의 위치를 확인한 뒤 조사실에 들어가려는 합리적 절차다.
FAQ
Q. 경찰이 참고인이라고 했으면 변호사 없이 가도 되는가
A. 참고인이라는 설명만으로 변호사 동행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참고인 진술은 조서로 작성되어 재판 증거로 제출될 수 있고, 조사 중 질문이 본인의 행위·고의·공모 여부로 향하면 사실상 피의자 신문에 가까운 조사일 수 있다. 비용 부담이 크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 법률상담 등 공적 상담 창구를 먼저 이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조사 전에 적어도 15~30분이라도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두면 조서 작성 단계에서 불필요한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
Q. 출석요구 전화를 받았을 때 먼저 물어볼 내용은 무엇인가
A. 사건명, 본인의 절차상 지위(참고인·피의자), 출석 목적(진술 청취·신문), 담당 수사관의 소속과 연락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전화만으로 일정이 잡혔다면 사건명과 출석 일정을 문자나 출석요구서 형태로 남겨 달라고 요청하면 추후 기록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면 사유를 설명하고 가능한 날짜를 제시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연락을 끊거나 무시하면 피의자 지위에서는 체포영장 청구 사유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절차 안에서 소통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Q. 2027년 8월 시행되는 진술 녹음 요청권은 어떤 의미인가
A. 개정 형사소송법 제244조의6에 따른 진술 녹음 요청권은 조사·면담 등 명칭과 무관하게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피의자 진술을 듣는 모든 경우에 피의자와 변호인이 녹음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시행일은 2027년 8월 5일이므로 그 이전 조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조서에 기재된 문장과 실제 진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시행 전까지는 조서를 꼼꼼히 읽고 다르게 적힌 부분의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 수단이며, 서명 날인 전에 반드시 내용 전체를 확인해야 한다.
비교법 단락(미란다 원칙)은 본지 추가 취재를 거쳐 보강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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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자료에 없는 인물 발언은 추가하지 않았으며, 법령·판례의 의미는 일반적 설명 범위에서 분석했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법률 자문이나 소송 대응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형사절차에서 참고인과 피의자의 경계는 조사 내용, 사건 기록, 수사기관의 인식, 당사자의 행위에 따라 달라진다.
개별 사건에 적용하려면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고, 관련 법령과 최신 판례, 수사준칙의 현행 문언을 확인해야 한다. 법률과 수사 실무는 개정이나 유권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형사소송법 조항, 대법원 판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효과는 사건의 시점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공식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대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칼럼정보제공]
법무법인 미성 장영근 대표변호사 사무실
김연순 국장
문의 : 010-6286-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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