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카 상공에서 또 드론이 요격됐다는 발표가 나온 이번 주, 예멘 후티가 장악한 예멘TV는 한 남성의 진술 영상을 내보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손잡고 이슬람의 두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겨냥한 계획을 꾸몄고, 목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쟁이었다는 '자백'이다. 사실이라면 중동을 뒤흔들 폭로다. 그러나 이 주장을 확인한 독립 기관은 아직 없다. 영상 속 남성은 유엔 인권 기구의 직원이었고, 지금도 후티의 감옥에 있다.
성지 하늘을 둘러싼 공방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은 올해 다시 거세졌다. 9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메카 남쪽 하늘에서 후티 드론을 격추했다며 두 성지의 안전은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다. 10월 말과 11월 6일에도 메카 지역 드론 요격 발표가 이어졌다. 후티는 그때마다 성지를 겨냥한 적이 없다며 날조라고 맞섰다. 이번 영상은 바로 그 공방의 한복판에서 나왔다.
유엔 직원의 '자백'
CNN튀르크에 따르면 영상 속 남성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예멘 사무소에서 일하던 압둘무인 아잔이다. 후티는 2021년 그를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 협력 혐의로 붙잡았고, 수년이 지나서야 진술을 공개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 장교를 만나 메카와 메디나를 겨냥한 공격을 논의했고, 공격 뒤에는 후티를 몰아세우는 대대적 선전전을 펴기로 했다고 말한다. 후티 지도부 거처의 좌표와 군사 시설 정보를 넘겼다는 대목도 있다. 영상이 내세운 최종 목적은 이슬람권을 수니와 시아로 갈라 싸우게 하는 것이었다.
엇갈리는 시선
이란 프레스TV는 이를 '메카 공격 음모'로 크게 다뤘다.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할 독립적 증거는 아직 없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올해 6월, 후티가 2021년과 2023년에 붙잡은 OHCHR·유네스코 직원 4명이 외부와 단절된 채 갇혀 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구금자들이 변호인 없이 영상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증언했고, 인권 단체들은 후티의 고문 전력을 거듭 지적해 왔다. 2026년 2월 기준으로 후티에 갇힌 유엔 직원은 모두 예멘인이며 73명에 이른다.
자백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성지를 노린 음모라는 말은 이슬람권에서 가장 빨리 번지는 불씨다. 확인되지 않은 자백이 종파 갈등의 증거로 소비되는 순간, 그 화면은 의도와 상관없이 또 하나의 선동이 된다. 진실을 가리는 첫걸음은 화면 속 남자가 변호인 곁에서 말할 권리를 되찾는 일이다.


